안녕하세요, 자연누리 구독자 여러분. 박정희입니다. 요즘 새벽 공판장에 나가 보면 옥수수와 복숭아, 포도가 산더미처럼 쏟아집니다. 8월의 볕을 그대로 머금은 원물들이지요. 저는 자연누리에 들어갈 사과와 배, 양파와 대파를 고르러 이맘때면 부지런히 산지를 살피는데,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달력을 넘겨봅니다. "지금 가장 힘이 오른 재료가 무엇인가" 하고요.
"요즘은 마트에 사시사철 다 나오는데, 왜 굳이 제철만 찾으세요?"주변에서 종종 이렇게 묻습니다. 맞습니다. 하우스 재배와 냉장 유통 덕분에 이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웬만한 건 다 살 수 있지요. 그런데도 저는 20년 넘게 '그달의 원물'을 먼저 봅니다. 오늘은 그 이유와 함께, 구독자 여러분이 장바구니 담기 전 매달 꺼내 보실 수 있는 8~12월 제철 캘린더를 정리해 드리려 합니다.
🌿 "같은 옥수수라도, 제철의 옥수수는 힘이 다릅니다"
제철이란 결국, 그 재료가 억지스러운 도움 없이 제 계절의 볕과 바람만으로 가장 잘 자라는 때를 말합니다. 이때의 원물은 당도와 향이 최고조에 오르고, 무리해서 키우지 않으니 농약이나 촉진제의 손을 덜 탑니다. 값도 가장 좋고요. 맛·영양·안전·가격이 한날한시에 정점을 찍는 것, 그것이 제철의 힘입니다. 저희가 소스 하나를 만들 때도 그달 가장 실한 원물을 쓰려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바구니 담기 전, 이 표 하나만 저장해 두세요 (8~12월)
※ 지역·그해 작황에 따라 시기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장 흔하고 값이 눅어질 때'가 대체로 제철입니다.
무해한 정보
왜 '제철'을 먹어야 할까요?
제철을 챙기는 것은 입맛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 닿는 안전과도 이어집니다.
철 지난 재료의 그림자
제철이 아닐 때 억지로 키우려면 그만큼 인위적인 손길이 더 필요하기 쉽습니다. 또 오래 두고 유통하려는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같은 값에 영양은 옅어집니다.
제철 원물의 힘
제 계절의 볕을 온전히 받은 재료는 비타민·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가장 풍부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의 시간표대로 자란 재료가, 우리 몸에도 가장 편안하게 스며듭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무해한 삶' 실천 가이드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달, 딱 세 가지만 실천해 보세요.
장바구니에 '그달 제철'부터 담기
무엇을 살지 고민되는 날엔 위 캘린더를 먼저 펼쳐 보세요. 그달 제철 재료를 한두 가지 먼저 담는 것만으로, 가장 맛있고 저렴하고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루 한 끼는 '제철 원물'로 차리기
복잡한 조리 없이도 좋습니다. 8월이면 옥수수를 통째로 쪄내고, 가을이면 고구마를 굽고, 겨울이면 무를 넣어 국을 끓여 보세요. 제철 원물은 손을 덜 대야 제맛이 납니다.
내 삶에도 '제철'을 허락하기
자연이 계절마다 다른 것을 내어주듯, 우리 삶에도 지금 이 계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려 조급해하기보다, 지금 내게 온 계절을 충분히 누리는 것. 그것이 자연의 시간표에 나를 맞추는 가장 무해한 방식입니다.
사시사철 다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저는 오늘도 그달 가장 힘이 오른 원물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자연이 정해 준 순서를 거스르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아는 가장 정직한 밥상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배달되는 이 레터가, 구독자 여러분의 장바구니에 계절의 지혜 한 줄을 얹어 드리는 작은 달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제철의 힘과 함께 무해하고 든든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